미니스커트를 탄생시킨 작은 거인, 미니
BMW그룹의 MINI 브랜드가 지난 50여 년 동안 전 세계에서 성공을 누릴 수 있었던 이유는 1959년부터 '편안하고 충분한 실내 공간, 그리고 스포티한 성능의 구현'이라는 변함없는 원칙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소형차 개발을 목표로 1957년 BMC(British Motor Corporation)의 회장이었던 레오나드 로드(Leonard Lord)는 카디자이너였던 알렉 이시고니스(Alec Issigonis)에게 당시 모리스 마이너(Morris Minor)를 바탕으로 미니어처와 같이 작은 크기의 자동차 디자인을 개발해 달라고 제안한다. 미니어처에서 착안한 브랜드 MINI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1956년 말 알렉 이시고니스는 '작은 차체, 넓은 실내(small outside, bigger inside)'라는 컨셉으로 대중차 설계를 시작했다. 그리고 앞바퀴 굴림방식 채용, 가로배치 직렬엔진 탑재 등 당시로서는 새로운 개념의 기술을 도입해 1959년 8월 MINI의 첫 모델이 출시된다. 발표 당시의 이름은 '오스틴 세븐'과 '모리스마이너'로 똑같은 차에 다른 이름을 사용하다가 1969년 MINI라는 독자적인 브랜드로 독립했다.
MINI가 지난 50년 동안 세계 젊은이들의 아이콘으로 성장하게 된 것은 독특한 디자인과 좋은 연비 효율, 부피가 작으면서 최대한의 실내 공간을 지닌 소형차이기 때문이다. 1959년 출시 당시 MINI가 일으킨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으며 이제까지의 모든 규범을 타파한 것이었다.
첫째, 이 차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작았다. 불과 3.05m밖에 되지 않는 크기에 네 명의 어른과 짐까지 실을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했다. 둘째,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일로 4개의 휠 모두에 독립식 서스펜션을 탑재시켰다. 셋째, 당시로서는 첨단 기술인 전륜 구동방식을 채택했다.
넷째, MINI에 적용된 휠은 당시 패밀리카에 사용되는 크기의 3분의 2에 불과했다. 다섯째, 엔진을 차 앞부분에 가로지른 형태로 장착했다. 여섯째, 엔진과 기어박스는 콤팩트한 단일 구조로 장착했다. 이와 같은 기술적인 측면 외에도 사람들은 이 차를 몰기 시작하면서 소형차로서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즐거움을 느끼게 됐다.
소형차의 혁명을 몰고 온 MINI는 디자이너 이시고니스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고, 패션 디자이너 메리 콴트(Mary Quant)는 MINI에서 영감을 받아 미니 스커트를 만들기도 했다.
미니의 인기는 ‘자유로운 60년대(Swinging Sixties)’의 도래와 함께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고객 취향과 어우러져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특히 모터스포츠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지만 당시 최고의 레이싱카 컨스트럭터 존 쿠퍼(John Cooper)에 의해 엔진 배기량 997cc, 트윈 카뷰레이터를 추가 장착해 출력 55마력, 최고 속도 130km/h를 발휘하는 괴물로 변신하면서 영국 레이서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이는 곧 ‘쿠퍼(Cooper)’라는 전혀 새로운 영역의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MINI Cooper는 1961년 양산돼 1971년까지 총 10년간 생산되다가 19년의 공백기를 갖고, 1990년 영국 로버에 의해 다시 생산이 재개됐다. 존 쿠퍼의 MINI는 1964년에서 1967년까지 몬테카를로 랠리(Monte Carlo Rally)에서 자신보다 훨씬 큰 세계 유수의 랠리카를 따돌리고 연속 우승하면서 영국을 대표하는 자동차의 상징이 됐고, 엘리자베스 여왕은 알렉 이시고니스의 공을 기려 귀족 작위를 수여하기도 했다.
유럽 자동차 브랜드의 시작, 시트로엥
처음 자동차를 발명한 것은 독일이지만 세계에서 처음으로 자동차 판매를 시작한 것은 프랑스인 에밀 로저(Emile Roger)다. 1919년 앙드레 시트로엥(Andre Citroen)에 의해 설립된 시트로엥(Citroen)은 프랑스 최초의 자동차 브랜드로 자동차 산업의 역사이기도 하다.
1900년 앙드레 시트로엥은 폴란드에 방문하게 된다. 이때 V자 모양의 디자인을 기본으로 한 기어 제조과정을 발견하고,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시트로엥의 전신이 되는 ‘La Societe des Engrenagestroen'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앞서 봐둔 기술을 도입한다.
그때 그의 나이는 겨우 24살이었다. 이후 시트빙만의 제조 기술로 특허를 내고 자동차 제조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면서 자연스럽게 두 개의 V자 모양이 시트로엥의 상징이자 엠블럼이 됐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로고는 변했다.
과거 파랑과 노랑색의 로고는 회사의 다이나믹함을 표현했고, 빨강 배경에 흰색의 쉐브론은 더욱 강렬한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며 1980년대까지 시트로엥을 상징하게 된다. 2009년에는 3차원적인 쉐브론이 채택되어 프레임을 탈피하고 더욱 강한 혁신의 의지를 나타내었다.
93년의 역사를 지닌 시트로엥은 독일을 비롯한 경쟁 브랜드에 비해 비교적 늦게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었다. 창업자인 앙드레 시트로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자동차 산업에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독창적인 아방가르드 기술을 표방했고, 통념과 상식을 깨는 파격적이고 창의적인 디자인과 혁신적인 기술로 유명 모델들을 개발해냈다.
시트로엥은 적정한 가격의 차량,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탈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야망을 갖고 있었다. 그 꿈을 실현한 뒤 1935년 7월 세상을 떠나기까지 세계 최초의 도전 정신으로 탄생한 수많은 기록을 남겼다.
1919년 탄생한 'Type A'는 앙드레 시트로엥이 들여온 유럽 최초 대량 생산 기술을 바탕으로 생산되었으며 세계 최초 전륜 구동 자동차인 트락시옹 아방(Traction Avant), 세계 최초 4단 변속기 2CV, 세계 최초의 전륜 디스크브레이크를 장착한 DS19 등이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후에도 시트로엥은 럭셔리 쿠페 SM, 1975년 프랑스 대통령 차량으로 안정성과 스타일을 인정받은 CX, 스탑앤스타트(Stop and start) 기술을 가장 먼저 상용화한 C3, 광각의 시야와 드넓은 실내공간을 함께 제공하는 그랜드 C4 피카소 등 끊임없이 미래 지향적 모델을 창조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모델을 생산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시트로엥은 현재 세계 7위, 유럽 2위의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회사 'PSA 푸조 시트로엥'의 2개 볼륨 브랜드 가운데 하나로 새로운 '시트로엥 DS라인'을 통해 '프렌치 프라미엄' 역사를 쓰고 있다.
장갑차 만드는 방산업체 르노의 변신
삼성자동차 인수로 우리나라에 진출한 르노는 유럽 최대의 자동차 회사이자 장갑차와 전차 등을 생산하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군수업체로 유명하다.
1899년 루이 르노(Louis Renault), 마르셀(Marcel) 르노, 페르낭(Fernand) 르노 형제가 설립한 르노(Renault)는 첫 양산차 'Type A'와 1900년 세계 최초 살롱인 'Type B'를 만들어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포목점을 운영하는 부모 밑에서 태어난 루이 르노가 13살 때 증기차 제작자인 레옹 세르폴레의 차에 반해 스무 살이 되던 해 시속 32km/h의 2인승 차인 루이 르노 1호 'Type A'를 만든 것이다.
Type A는 당시만 해도 벨트나 자전거 체인으로 구동력을 전달했던 방식과 달리 프로펠러 샤프트와 디퍼렌셜 기어로 뒷바퀴를 구동하는 직접변속기 방식을 적용했다. 루이 르노는 1899년 친형인 페르낭과 마르셀을 설득해 자동차 회사를 설립했고, 같은 해 파리산업박람회에 르노 1호차를 출품해 60대의 주문을 받아내기도 했다.
르노 사는 제1차 세계대전 동안 탱크와 항공기 엔진, 포탄 등 군수품 제조로 막대한 이익을 남겼지만 제2차 세계대전 독일 점령 하에서 대부분의 시설을 연합군 포격으로 잃기도 했다. 전쟁이 끝난 뒤에는 프랑스 정부가 남은 재산을 몰수해 1945년 국영기업으로의 운명을 맞기도 했다.
하지만 국영체제 하에서 1974년 시트로엥의 베를리에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고 1983년 미국의 맥트럭의 대주주가 된데 이어 1981년 푸조의 유럽 닷지(Dodge) 트럭 사업부 지분을 매입하는 등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특히 르노는 닛산뿐만 아니라 같은 프랑스 기업인 푸조와도 협력관계를 맺고 있으며 자동차 이외에도 농업·임업용 장비, 선박·산업용 엔진, 기계도구, 특수강철 제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쌍용그룹이 1988년 르노의 모델을 들여와 판매했으나 1992년 철수했고, 2000년 르노삼성자동차 출범과 함께 다시 진출했다.
출처 : 브랜드를 알면 자동차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