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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대, 테슬라에 맞선 토요타의 응전

by dan-83 2023. 9. 25.

사토 고지 (가운데) 사장을 비롯한 토요타 자동차의 신임 사장단, 사진 = AP / 뉴시스

‘자율주행 조립 라인’ 도입, 생산준비기간·공정·투자비 1/2로 줄이겠다

토요타, 연구 인력의 53%, 연구 비용의 45%를 미래 자동차 연구에 사용

토요타, 중국 BYD와 선전에 합작 회사 세워 전기차 공동개발

테슬라·토요타 모두 생산 부문과 연구 부문의 벽 허물어

도요타 아키오 전 사장, 토요타를 글로벌 No.1 메이커로 만들었으나 전기차 대응 실패, ‘예스맨 중용등으로 비판받고 사임

 

한양대 미래저동차공학과 겸임 교수 박정규

 

朴正圭 /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겸임 교수 

1968년생. 한양대 기계공학과 졸업, 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 석사, 일본 교토대 정밀공학과 박사 / 기아자동차 중앙기술연구소 연구원, 교토대 정밀공학과 조교수, LG전자 생산기술원, 현대자동차 자동차산업연구소·해외공장지원실 근무.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겸임교수, 글렌데일 홀딩스 부대표 /번역서 실천 모듈러 설계》 《도요타 제품개발의 비밀》 《모노즈쿠리

 

 

 

생산성의 딜레마(productivity dilemma)라는 것이 있다. 미국의 경영학자 윌리엄 애버내시가 제기한 개념이다. 그는 지배적 지위를 가진 기업이 생산성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노력하여 그 지위를 더욱 견고히 하면 할수록 새로운 제품 혁신을 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을 분석하면서 발견한 내용이다.

 

생산성 향상이란 구성원이 하나의 목표를 향하여 지속적인 노력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산업을 부정하는 새로운 제품 혁신은 많은 시행착오가 필수적이기에 일시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생산성을 추구하는 집단은 좀처럼 혁신을 해내기 힘들다는 논리이. 그래서 애버내시는 생산성과 혁신은 상충(相衝)하며, 이런 현상을 생산성의 딜레마라고 칭했다.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로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생산성의 딜레마하면 떠오르는 기업이 하나 있다. 바로 토요타자동차(이하 토요타)이다. 토요타는 회사의 모든 구성원이 지속적인 개선을 추구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과연 토요타는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하는 시기에 새로운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까?

 

지금 자동차 산업에서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테슬라와 BYD 같은 기업의 성장이다. 전기차 시장에서 눈부시게 성장하는 두 회사가 모두 신생 기업이라는 점에서 애버내시의 이론이 맞는 것처럼 보인.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있다. ‘기존 자동차 메이커인 토요타, 폴크스바겐(VW),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가 과연 전기차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이다. 이미 BYD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오랫동안 판매 1위를 차지한 폴크스바겐을 왕좌(王座)에서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나는 낡은 사람이다”

 

이제 모든 관심은 토요타로 향하고 있다. 토요타는 자동차 산업에서 세계 1위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테슬라의 혁신에 열광하는 언론과 자동차 전문가는 토요타가 전기차 분야에서 뒤처져 있다고 입을 모은다. 토요타는 이런 여론을 의식하고 있는 것 같다.

 

4월 토요타는 사장을 새롭게 교체 했고 6월에는 선행 연구소인 히가시후지연구소에서 자동차의 미래를 바꾸자라는 테마로 토요타 테크니컬 워크숍을 개최하여 개발 중인 신기술을 공개했다. 특히 토요타는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의 개념과 함께 미래 전기차 공장의 콘셉트를 발표했다. 공장 내 컨베이어 벨트를 없애고 대신 조립 중의 전기차가 공장 내에서 자율 주행하는 콘셉트의 공장이다.

 

이번 호에서는 혁신이 요구되는 이 시기에 끝없는 개선 활동으로 유명한 토요타가 이루어낸 개선과 앞으로 해나갈 혁신의 모습을 살펴보자. 이것은 토요타를 벤치마킹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 자리매김한 현대차에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참고가 될 것이다.

 

126일 토요타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뜻밖의 발표를 했다. 도요타 아키오(豊田章男·66) 장이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후임으로 사토 고지(佐藤恒治·53)를 대표로 선정했다는 발표였다. 이날 발표에서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나는 이제 낡은 사람(후루이 닌겐·人間)이다. 나는 자동차쟁이(くるま)로 자동차를 좋아했기에 토요타의 변혁도 실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동차를 뛰어넘을 수 없었다. 이것이 나의 한계이기도 하다.”

 

20096월 사장에 취임한 도요타 아키오는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진 토요타를 위기에서 구해 글로벌 1위 메이커로 자리매김한 업적을 남겼다. 그가 사장에 취임하자마자 리먼 쇼크, 대규모 리콜 사태, 동일본 대지진, 태국 홍수라는 위기가 발생했다. 이것을 오너 가문 출신인 도요타 아키오 사장 특유의 리더십으로 하나하나 극복해나간다. 특히 1000만 대 규모의 대규모 리콜 사태는 토요타라는 회사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리콜 사태가 일어난 발단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자.

 

토요타 리콜 사태

 

토요타 차량의 대규모 리콜은 2009828일 마크 세일러 일가족의 사망사고로부터 시작한다. 세일러가 운전한 렉서스 ES350 차량이 시속 100마일 이상으로 달리다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계곡에 처박히는 사고가 나서, 운전자를 포함한 4명이 모두 사망했다. 당시의 비극적인 상황은 사고 차의 탑승자가 911에 전화한 내용이 방송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세일러가 원래 사용하는 차량은 RX400h라는 렉서스 SUV 차량이었다. 그는 운전석에 두꺼운 고무 매트를 깔고 운전했다. 그의 SUV 차량이 고장 나서 딜러점에 수리를 맡기고 렉서스 ES350이라는 세단 차량을 렌털한 것이었다. 그는 원래 차량에서 사용하던 고무 매트를 ES350 세단 차량에 장착했는데

 

이 고무 매트가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을 했다. 비극적인 사고는 정말 사소한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세일러는 고속도로를 운전하며 액셀 페달을 밟았다. 그런데 앞으로 밀려온 고무 매트에 액셀 페달이 끼어서 움직이지 않게 되었고, 차량이 계속 가속되면서 결국 사고로 이어졌다.

 

세일러 가족의 사고 3일 전에 동일한 딜러점에서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플랭크 버나드라는 사람이 매트가 깔린 차를 빌려 타고 나왔다가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인근 고속도로에 합류하기 위해 액셀을 힘껏 밟았다. 그러고 액셀에서 발을 뗐지만, 액셀이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 액셀 페달이 고무 매트에 끼인 것이다. 버나드는 속도가 시속 80~85마일까지 가속되자, 힘껏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50~60마일로 줄였고, 다시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를 중립으로 해서 차를 정지시킬 수 있었다.

 

버나드는 딜러점에 방문하여 매트 문제로 차를 제어할 수 없는 상황에 빠졌었다며 주의를 주었다. 이런상황에 이 딜러점에서 차량을 빌린 세일러 일가족에게 동일한 사건이 일어났고 안타깝게도 모두 사망했다.(출처: Toyota Under Fire, Liker, 2011) 사실 다소 애매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당시 언론들은 일제히 토요타를 질타했다. 토요타 생산 방식이 문제라고 했고, 토요타가 협력업체에 단가를 후려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당시 미국 상황은 토요타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미국 자동차 빅3 2개 회사인 GM과 크라이슬러가 부도가 난 상황이었다. 막 사장이 된 도요타 아키오가 미국 청문회에 참석해 사태를 설명하고 토요타가 침착하게 리콜에 대응하면서 점차 잠잠해졌다.

 

社內 컴퍼니들을 서로 경쟁시켜

 

리콜 사태 이후 토요타는 문제의 원인을 설계의 복잡성조직 문제라고 생각했다. 당시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차량에 확대, 적용하고 있었다. 토요타의 엔지니어는 한정된 차량 공간에 엔진, 배터리, 모터 등을 장착해냈다. 하지만 차량에 여유 공간이 부족한 상태에서 미국 고객들이 두꺼운 매트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까지는 고려하지 못했다.

 

이후, 토요타는 설계의 복잡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를 만들었다. TNGA는 부품을 콤팩트화하고 모듈화시켜 다양한 차종을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체계적인 설계 방법론이다. 도요타 아키오 전 사장의 잘못에 대해 직격탄을 날린 주간 다이아몬드커버.

 

또 토요타는 조직이 비대해지는 바람에 대규모 리콜 사태 발생 시 회사 차원의 대응이 늦었다고 판단, 1000만 대 생산 규모의 회사를 제품을 중심으로 하는 여러 개 작은 규모의 사내(社內) 컴퍼니로 만들어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하도록 했다. 그러고 사내 컴퍼니의 대표들을 서로 경쟁시켜 토요타의 최고 경영자로 육성하는 장치로도 활용했다. 이번에 토요타 신임 사장이 된 사토 고지 또한 렉서스사내 컴퍼니의 대표를 한 사람이다. 토요타는 이런 변혁을 통해서 위기에 빠진 토요타를 글로벌 1위 자동차 메이커로 자리 잡게 했다.

 

하지만 전기차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도요타 아키오의 리더십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토요타는 전방(全方位) 전략, 즉 내연(內燃)기관, 하이브리드, 수소차, 전기차를 모두 공급하겠다는 전략을 펼치지만, 전기자동차 전용주의자(EV Only)에게 비난의 표적이 되었다.

 

 

도요타 아키오 전 사장의 잘못에 대해 직격탄을 날린 《주간 다이아몬드》 커버.

 

도요타 아키오의 리더십 추락

 

작년에는 일본 내 언론이 도요타 아키오 사장의 경영 스타일, 특히 인사 문제에 대해 집중적인 비판을 가했다. 그중 특히 일본의 경제 주간지인 주간 다이아몬드20222월 말 절정 토요타의 진실이라는 커버스토리를 게재, 도요타 아키오 사장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했다. 도요타 아키오가 사장 비서실, 기획실에서만 근무한 예스맨을 계속 요직에 앉히고, 바른말하는 실력파 인재를 계속 내치고 있다는 내용을 실명(實名)까지 언급하면서 비판했다. 또 주간지 편집장이직접 도요타 아키오 전() 상서(上書)’라는 편지 형식의 글을 적어 실었는데 그 요지는 카리스마가 강한 리더가 만들어내는 각종 부작용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글의 일부를 옮기면 아래와 같다.

 

도요타 아키오 사장님 토요타 내부에서는 의견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을 초래하는 원인 중 하나는 도요타 사장의 너무 강한 리더십에 있는 것 같습니다.

강한 리더십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자동차 업계는 ‘100년에 한 번 있는 대()혁명기에 있고, 이에 대응하지 못하면 토요타도 위험하기에 개혁은 필요한 일이고, 거대 조직의 개혁을 위해서는 최고 경영자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윗사람의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아랫사람들은 의견을 말하기 어려워집니다. 소탐대실(貪大失)이 만연하고, 불편한 정보는 올라오지 않게 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조직에서나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것이 다 도요타 사장 탓이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토요타의 많은 사람이 도요타 사장의 뜻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는 것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받고 있습니다.

 

위의 글을 통해 2022년 일본 언론이 도요타 아키오 사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다. 결국 회장인 우치야마다 다케시(內山田竹志)가 건강을 이유로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프리우스 차량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람으로 도요타 아키오 사장에게 여러 가지 충고를 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는 스스로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도요타 아키오에게도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권했다. 그러고 사토 고지가 신임 사장이 된 것이다.

 

 

토요타자동차의 전현직 수뇌부, 왼쪽부터 토요타 아키오 전 사장, 사토 고지 선임사장, 우치야마다 다케시 전 사장, 사진 = 토요타 자동차

 

엔지니어 출신 신임 사장

 

신임 사토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이다. 와세다대학 기계공학과를 나와 1992년 토요타에 입사(入社)하여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등을 설계했다. 그는 또 테스트 코스에서 직접 운전하면서 차량을 평가할 정도로 운전 실력이 상당하다고 한다. 이후 자동차 개발 프로세스를 통괄하는 치프 엔지니어(CE·Chief Engineer)가 되었다. 특히 2도어 쿠페인 렉서스 LC500이 그의 작품이다. 이후 토요타 사내 컴퍼니인 렉서스 인터내셔널(Lexus International Co.)’의 사장으로 취임했고, 자동차 산업의 대변혁기인 2023년에 토요타의 미래를 이끄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사토 고지 신임 사장은 전기차 확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초기 전기차 보급 단계에서는 1회 충전 시 주행(走行) 거리, 충전(充電) 시간 등이 주요 경쟁 요소였다. 이 시기에는 첨단 제품에 흥미를 가지는 소비자 중심으로 판매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전기차의 대중화가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

 

따라서 가격이 가장 중요한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전기차 원가(原價)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은 좀처럼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배터리 이외의 부문에서 획기적으로 원가를 줄여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가 반값 전기차를 만들겠다며 먼저 공세를 가했고 올 3월에는 언박스드 프로세스(Unboxed Process)라는 제조 방식을 제안했다. 그러자 6월에 토요타는 이에 응전(應戰)이라도 하듯 자율주행 조립 라인이라는 새로운 공장 콘셉트를 제시했다.